바디 프로필과 웨이트 중심이었던 피트니스 시장은 최근 러닝과 하이록스처럼 기록과 퍼포먼스를 겨루는 운동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대회 영상이나 운동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보다 보면 ‘저 정도는 해야 운동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16년간 야구선수로 활동하고, 현재는 크로스핏·하이록스·F45부터 근력 운동과 시니어 운동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담후 코치는 "처음부터 잘할 필요도, 매번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하이록스부터 홈트까지, 운동 초보자가 어떤 힘부터 만들어야 하는지 담후 코치에게 들어봤습니다.

Q. 야구선수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운동 지도자의 길을 걷고 계시다고요.
야구를 16년 정도 했어요.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거의 바로 운동지도자를 준비했고, 지금은 6년 정도 됐어요. 현재는 크로스핏, 하이록스, F45 같은 기능성·그룹 트레이닝부터 근력 운동, 시니어 운동까지 다양하게 지도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삼성헬스와 콰트가 함께 선보이는 근력 운동 콘텐츠에도 참여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트레이닝’과 ‘스포츠’를 구분하는 것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스포츠는 우리가 낼 수 있는 움직임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거예요. 반대로 트레이닝은 그 스포츠까지 갈 수 있는 몸과 움직임을 만드는 과정이고요. 그래서 저는 크로스핏, 하이록스, F45, 팀버핏도 사실 본질적으로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다르니까 완전히 다른 운동이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데 운동은 그냥 운동이에요. 브랜드도 너무 따지지 말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요즘 피트니스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보디빌딩식 운동에서 퍼포먼스 쪽으로 확실히 전환되고 있다고 봐요. 제가 그 변화의 시점을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것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PT 상담을 받으러 오는 일반인분들이 체력이 좋아지고 싶다고 말해도 트렌드 자체가 바디프로필이다 보니까 결국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바디프로필을 만들기 위한 운동과 생활 체력을 높이는 운동은 목적 자체가 다르거든요. 식단을 제한하고 체지방을 많이 낮추다 보면 오히려 컨디션이나 일상생활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은 밀고, 끌고, 당기고, 뛰는 식의 퍼포먼스 운동에 관심이 커졌어요. 남성분들은 하이록스 같은 인도어 레이스 피트니스로 많이 넘어가고 있고, 여성분들은 러닝이나 하이록스처럼 기록을 만드는 운동부터 발레·바레·필라테스처럼 원하는 체형을 만드는 운동까지 선택지가 다양해졌고요.
또 하나는 사람들이 ‘내가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시간도 쓰고 노력도 했는데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잖아요. 러닝에는 페이스가 있고 하이록스에는 기록이 있어요. 내가 얼마나 늘었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죠. 이런 지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Q. 최근 많이 들리는 ‘하이록스’, 정확히 어떤 운동인가요?
저는 하이록스를 '트레이닝을 스포츠화한 운동'이라고 설명해요. 스포츠를 잘하기 위해 훈련하는 게 아니라, 훈련 자체를 시합으로 만든 거예요. 8개의 운동 스테이션과 1km 러닝을 번갈아 수행하면서 전체 시간을 측정해요.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빠르게 끝내느냐가 기록으로 남는 거죠.
재미있는 건 같은 공간에서 계속 레이스가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러닝 대회는 코스가 길다 보니까 나와 비슷한 페이스의 사람들과 움직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하이록스는 내 앞에 출발한 사람도 있고 뒤에 출발한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계속 섞여요. 자연스럽게 교감도 생기고 분위기도 굉장히 잘 올라와요.
관객 입장에서도 계속 선수를 볼 수 있어요. 응원도 중첩되고 선수들도 중첩되니까 분위기가 계속 가열되는 거죠. 그리고 애슬리트와 일반인의 구별이 없어요. 저는 그게 일반 참가자에게도, 애슬리트에게도 굉장히 큰 셀링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Q. 실제 대회 영상을 보면 초보자가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워 보이기도 해요.
물론 오늘 처음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내일 바로 하이록스 대회에 나가는 건 어렵죠. 하지만 6개월 뒤의 목표로는 굉장히 좋죠. 하이록스 대회가 1년에 두 번 정도 열리니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잖아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6개월 뒤를 바라보고 운동할 수 있는 큰 동기부여가 하나 생기는 거예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하이록스를 할 필요는 없어요.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때 중요한 건 운동을 잘하는 게 아니라 자극에 익숙해지는 것, 내 몸을 움직이는 것, 습관을 만드는 것이에요. 저는 홈트나 혼자 하는 헬스 정도가 이 단계라고 봐요.
그러다가 “좀 더 배우고 싶다”, “다른 운동도 해보고 싶다”는 학구열이 생기면 F45나 팀버핏 같은 그룹 트레이닝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처럼 여러 운동을 몸에 학습시키는 거죠. 그리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가 명확해지는 순간이 오면 하이록스나 크로스핏 같은 종목으로 넘어가요. 고등학교에서 문과, 이과 나뉘는 것처럼요. 결국 처음부터 고등학교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Q. 초보자에게 가장 필요한 ‘근력’은 어떤 힘인가요?
근력이라고 하면 사실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많은 분들이 근력 운동을 ‘근육을 크게 만드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근비대가 근력의 전부는 아니에요. 초보자에게는 우선 몸을 움직이기 위한 근력이 중요해요. 저는 오히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라고 얘기해요. 운동이 아니라 움직임을 배우셔야 해요. 움직임이 결국 운동으로 연결되고, 운동을 효율적으로 할 줄 알게 된 다음에 근비대나 퍼포먼스 같은 목표로 넘어가는 거죠.
쉽게 말하면 다치지 않을 만한 움직임을 만드는 거예요. 운동을 처음 시작하자마자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어요. 요즘은 운동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문화가 강하니까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 전에 트레이닝을 견딜 수 있는 움직임부터 만들어야 해요.
Q. ‘움직임’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처음 운동하는 분들 중에는 자기 근육에 힘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제가 “팔에 힘 줘보세요”라고 하면 못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허벅지나 엉덩이도 마찬가지예요. 내 몸인데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저는 그걸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움직임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힌지, 코어 세팅, 밀기를 거의 기본으로 가르쳐요. 이 자세들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게 아니라 움직임이 무너지는 순간을 본인이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해요. 코어도 마찬가지예요. 배에 힘을 주는 것보다 언제 힘이 빠지는지를 스스로 알아야 부상도 예방할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처음부터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를 하지 않아도 되나요?
할 수 있는 분들은 하셔도 돼요. 그런데 기본적인 움직임이 안 나오면 동작을 다 쪼개야 해요. 예를 들어 푸시업을 하고 싶다고 해볼게요. 팔을 펴는 동작도 있고, 팔을 구부리는 동작도 있고, 가슴을 모으는 동작도 있어요. 일단 그런 동작들을 따로 연습하는 거예요. 푸시업은 그걸 다 합쳐놓은 동작이고요.
겉으로 보면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저는 그게 제일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을 잘해놓으면 나중에 움직임이 많은 운동을 할 때 덜 다치거든요. 왜냐면 운동을 오래 한 사람들도 결국 기본으로 다시 돌아와요. 저도 왼쪽 엉덩이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순간이 있거든요. 사람은 계속 쓰던 근육만 쓰는 경향이 있어요. 경력이 오래됐다고 해서 기본이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Q. 여성분들을 지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뭔지를 먼저 봐요. 체형적인 콤플렉스가 있을 수도 있고, 힘이 너무 없어서 일상생활이 힘들 수도 있고, 골프나 테니스를 더 잘하고 싶어서 운동을 배우러 올 수도 있죠. 요즘에는 실제로 다른 스포츠를 잘하기 위해서 트레이닝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처음 운동하는 여성분들은 근육을 쓰는 감각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특히 햄스트링에 힘이 없는 분들이 많고요. 힙 운동을 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엉덩이만 계속 자극한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햄스트링처럼 하체 뒤쪽 근육이 먼저 역할을 해줘야 해요. 그래서 햄스트링을 쓰는 법부터 익힌 다음 엉덩이 운동으로 넘어가기도 해요.
저는 근력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 기능성 운동이 결국 ‘삶의 HP를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루에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여유량을 늘려주는 거죠. 그 사람의 목적에 맞춰서 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코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이런 기본 움직임은 꼭 센터에서 배워야 하나요?
처음부터 꼭 센터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코치에게 배우면 효율이 훨씬 좋죠. 저도 코치로서 당연히 와서 배우라고 말씀드리는게 맞겠죠. 그런데 기본적인 움직임 중에는 독학으로 충분히 가능한 범주도 있어요.
기본적인 맨몸 동작을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동작을 더 잘하고 싶다”, “중량을 더 들어보고 싶다”,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내 욕심과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맞기 시작하는 순간, 그때 센터를 가면 돼요. 센터를 가야하는 시점만큼 중요한게 어떤 분위기의 센터인지예요. 경쟁심이 너무 강한 센터에 처음 들어가면 “역시 운동은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Q. 운동을 오래,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안 해요.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한테도 “코치님은 운동하기 싫을 때 없으세요?”라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는 그냥 하는 거예요. 물론 운동선수의 ‘그냥’과 일반인의 ‘그냥’은 수준이 달라요. 선수들은 훈련을 해왔으니까 기준점 자체가 높죠.
그런데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어요. 일반인은 ‘그냥’의 난이도가 훨씬 낮아도 돼요. 오히려 그런 분들이 오래 해요. 우리가 밥 먹는 거랑 똑같아요. 매 끼니를 열심히 요리해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피곤하잖아요. 어떤 날은 근사하게 차려 먹고, 어떤 날은 라면으로 한 끼 때우기도 하고요.
그날 하루를 살고 남은 잉여 에너지를 쓰는 정도로 운동해도 충분해요. 내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까지 끌어서 쓰면 삶의 질도 떨어지고 오래 못 간다는 걸 꼭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Q. 그렇다면 운동 초보자의 ‘그냥’은 어느 정도면 충분할까요?
스트레칭만 해도 충분해요. 아예 운동을 안 해본 분들이라면 처음 ‘그냥’의 수준은 그 정도여도 괜찮아요. 남들이 봤을 때 운동 같지 않은 운동이라도 하라고 말씀드려요. 요즘에는 기록이나 경쟁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까 땀을 엄청 흘리고 힘들어야만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가장 안타깝죠.
스트레칭만 계속 하더라도 어느 순간 다른 게 보일 거예요. “나는 왜 이 동작이 안 되지?” 싶으면 그때 근력 운동도 찾아보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본인의 욕심과 지금의 ‘그냥’ 수준이 맞지 않는 시점이 와요. 그때 새로운 운동을 배우거나 센터에 가는 거죠.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운동 습관을 만드는 방법은 똑같아요.



